서울시 혁신교육 일환으로 ‘상담실’ 위탁 운영... 전문상담지도자 양성과정 모집
“선생님~ 들어가도 돼요?” 3학년 어린 여학생이 상담실 문을 빼꼼히 연다. 마주 앉은 아이는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부터 시시콜콜 신변잡기를 늘어놓는다. 교사에겐 특별히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이야기지만 아이는 신이 나서 재잘댄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얼굴이다.
관악구에 위치한 난향초등학교 상담교사 경혜진 사모. 올 8월 사단법인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이사장:최낙중 목사)를 통해 청소년 전문상담교사로 부임한 경혜진 사모는 일주일에 5일, 초등학교에 출근하며 하루 8시간 상담실을 지킨다. 상담실에서는 개별상담이 진행되며, 학생들에 대한 심리 정서 조사와 함께 집단 상담도 진행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 등이 많아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서적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3학년부터는 공격성, 산만함, 반항심 등이 나타나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란을 주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는 2013년 창립 후 지난 6월 처음으로 학교폭력예방전문가를 배출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는 서울시 혁신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관악구청 위탁사업인 ‘행복이 넘치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행복이 넘치는 상담실’은 관악구 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심리와 정서적 안정을 도와 건강한 학교생활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계획된 프로젝트. 관악구 관내 16개 학교에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가 파송하는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주5일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학업이나 가정문제, 이성문제 등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고 치유하는 일을 전담한다. 관악구 49개 초중고등학교에 분야별 전문교사 25명도 파송해놓은 상태다.
‘행복이 넘치는 상담실’을 운영한지 4개월 남짓. 경혜진 교사는 아이들이 쉽게 문을 여는 상담실을 지향해왔다. 단 기간에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경 교사는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의뢰나 권유로 찾아온다. 친구들을 의식하기도 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편하게 놀러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맛있는 사탕을 높은 곳에 두고 아이들이 먹기를 바라는 것보다, 바로 곁에 두고 언제나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아주는 것이 상담서비스의 기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화를 나눈 초등학생들은 게임 의존이나, 외로움, 산만함 등의 문제를 보였다. 그러나 모두 공통된 것은 ‘정서적 허기’가 크다는 사실. 표출되는 방법은 다르지만 맞벌이 등으로 인한 부모의 부재는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상담실을 찾은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고 돌아간다.
“수업태도 때문에 오는 아이들이 많지만 상담을 하고 나면 교우관계나 가정 내 태도 등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 상담실이 의무화되고 전문 상담교사가 상주하게 된다면 장기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은 교사와 학생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담교사의 지속적인 역할이 보장되는 것이 시급합니다.”
매년 학교폭력과 청소년 정서 문제가 대두되지만 전문상담교사 배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지난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발표한 ‘2015년도 전국 시-도별 상담교사 배치율’에 따르면 1만1729개 초중고교 가운데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것은 1,781개로 전국 학교 가운데 15.2%에 불과했다.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학교가 10개 중 8개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전문 상담이 가능한 ‘위클래스’를 설치한다고 발표했지만 국가공무원의 지위로 전문상담교사를 증원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혁신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를 통해 ‘전문상담교사’를 위탁 파견하게 된 것은 ‘위클래스’ 정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악구 내 16개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파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49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과 학교폭력예방교육, 흡연예방교육, 약물중독예방교육, 생명존중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교육과 심리, 정서 안정에 기여하는 분야별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부적응, 대인관계, 학교폭력 등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좀 더 심화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별도의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집단상담 전문가를 순회 파견하는 것도 협회의 몫이다. 한마디로 청소년들의 생명존중과 정서적 안정을위한 맞춤 서비스를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이사장 최낙중 목사(해오름교회)는 “정부가 여러 문제로 나서지 못하는 일을 민간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올 하반기 우리 협회가 운영한 ‘행복이 넘치는 상담실’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8개가 혁신구에 속하며, 그중 관악구가 처음으로 상담사 파견 위탁을 받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혁신구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등학교 내 전문상담교사 파견과 상담실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로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협회가 파견한 상담교사는 학기 중에 정식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방학에는 상담실도 문을 닫고, 교사도 활동을 중단한다. 당연히 상담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지속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혜진 교사는 “장기적으로 상담실이 상설화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방학 중에도 상담이 이어지고, 부모 상담까지 확대해 학교와 가정에서 모두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 귀중한 결실이 맺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낙중 목사는 “학교폭력, 중독, 자살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교회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큰 사명”이라며 “청소년을 바로 세우는 지도자 양성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기독교상담사, 청소년목회상담사, 학교폭력예방지도사, 학교폭력상담사, 중독재활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등의 자격증 발급을 취득했다. 협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전문지도자 양성과정에 참여, 30시간 교육을 이수한 경우 이와 같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모집기간은 오는 14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며, 강의일정은 2016년 1월 11일부터 2월 8일까지 5주간 6시간씩, 야간은 2016년 1월 11일부터 3월1일까지 10주간 3시간 교육으로 진행된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 있는 우수한 자원들이 청소년 상담 전문가로 나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청소년들을 비전의 일꾼으로 세우는 결실이 맺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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